역사 속의 지리산(02)지리산의 사계(四季)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07-29 12:47 | 1,994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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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지리산-지리산의 사계

하늘하늘 ‘내게 오라’ 하는 손짓

‘뱀사골 지나 노고단 가는 길 안개가 내렸다/느닷없이 나무의 뼈들이, 그 뼈를 싸고도는/수액이 빛나는 게 보였다/나이테가 견디어 온 한 해 한 해의 금들/나무의 아픈 허리를 자꾸 흔들어댔다/임걸령표지판 아래 꽃들이 길을 열어보였다’(조재영의 ‘지리산에서’ 부분)

지리산을 예찬하는 글귀에는 꼭 ‘그 분’들이 오신다. 지리산의 사계를 고스란히 안고 오는 구름과 야생화다.

지리산에 오르다 하얀 솜털 옷을 입고 나타난 매력적인 연인을 만난 적이 있다면 그는 초가을이면 절정에 달하는 골안개다. 지리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골안개는 봐도 봐도 지겹지 않은 지리산의 매력이다.

지리산은 섬진강을 끼고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어 안개장관을 자주 연출한다. 지리산을 표현한 시마다 한구절씩은 ‘안개와의 끈질긴 인연’이 담겨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 편의 예술을 수십·수백 컷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에게 안개는 첫눈에 반하는 연인임이 분명하다.

    ▲ 섬진강 골안개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산 감싸는 안개·야생화

16년을 지리산과 동거하며 <하늘에 수놓은 구름이야기>를 최근에 펴낸 섬진강 문화학교 인소혁 교장은 하늘위로 떠있어 그나마 굽이치는 마을이라도 보이는 것이 안개구름이라면 땅바닥까지 자욱이 깔려 속세를 감추는 것이 안개라고 말한다.

구름의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간간이 파란하늘을 보일 때가 있다. 산 사진 중 낮은 구름 사이로 스며나온, 햇빛이 촘촘하게 늘어선 나무들을 비추는 장면은 이때 나오는 것이다.

   
 
▲ 야생화 황기
 
안개구름은 뒤따라 어김없이 맑고 화창한 날씨를 데리고 오기 때문에 이날은 ‘가는 임 아쉽고 오는 임 즐거운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지리산의 가을이 안개구름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구름결이 폭포를 이루며 산등을 넘는 듯한 형상을 연출하는 폭포구름이 매력을 발산한다.

구름보다 사계절을 먼저 반기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제 몸을 불태우는 야생화다.

특히 지리산 촛대봉과 영신봉 사이에 있는 해발 1600m 높이의 둘레 30리에 이르는 고원분지는 계절마다 고운 빛을 발하는 야생화의 뜰이다. 세석평전이라 불리는 이곳은 봄·여름·가을·겨울에 걸쳐 20여종의 꽃이 군락을 이룬다.

    ▲ 산구절초 
관광객 발길 끄는 매력으로…예술 작품 소재로

춘삼월 봄이 오면 영신봉 아래 잔설 속에서 아기갯버들이 버들강아지를 피우고 연달아 처녀치마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다.

지금 5월은 영신봉 산등을 타고 얼레지가 나풀거릴 때다. 보랏빛 뽀얀 얼굴을 새초롬하게 떨구고 있는 얼레지는 깐깐하기 그지없다. 일본·한국 등지에서만 자라는데 뿌리가 깊어 분주가 어려운데다 발아에서 꽃이 필 때까지 5년이 걸린다. 어찌보면 가장 세계화할 수 있는 한국적인 꽃인 것이다.

늦여름부터는 키가 큰 참당귀와 궁궁이가 키를 같이하며 산녘을 물들이고, 찬바람이 불면서부터는 황기가 보랏빛 긴 꽃술을 내저으며 초원을 덮는다.

구월이 오면 가을 첫머리에서 별꽃을 뿌려 놓은 듯이 쑥부쟁이·산구절초가 고원 위에 잔치를 벌이고 있을 무렵 용담꽃도 풀섶을 헤치며 꽃잎을 벌린다.

그렇게 오늘도 지리산의 야생화는 아무 대가없이 손을 내밀고, 구름은 지리산의 기운을 돋운다.
춘삼월 봄이 오면 영신봉 아래 잔설 속에서 아기갯버들이 버들강아지를 피우고 연달아 처녀치마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다.지금 5월은 영신봉 산등을 타고 얼레지가 나풀거릴 때다. 보랏빛 뽀얀 얼굴을 새초롬하게 떨구고 있는 얼레지는 깐깐하기 그지없다. 일본·한국 등지에서만 자라는데 뿌리가 깊어 분주가 어려운데다 발아에서 꽃이 필 때까지 5년이 걸린다. 어찌보면 가장 세계화할 수 있는 한국적인 꽃인 것이다.늦여름부터는 키가 큰 참당귀와 궁궁이가 키를 같이하며 산녘을 물들이고, 찬바람이 불면서부터는 황기가 보랏빛 긴 꽃술을 내저으며 초원을 덮는다. 구월이 오면 가을 첫머리에서 별꽃을 뿌려 놓은 듯이 쑥부쟁이·산구절초가 고원 위에 잔치를 벌이고 있을 무렵 용담꽃도 풀섶을 헤치며 꽃잎을 벌린다.그렇게 오늘도 지리산의 야생화는 아무 대가없이 손을 내밀고, 구름은 지리산의 기운을 돋운다.

도움말/임소혁 섬진강 문화학교장

경남도민일보/박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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