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지리산(10)환상의 석조 미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07-29 12:55 | 1,968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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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지리산(11)환상의 석조 미술
고인돌→석탑→돌담 이어지는 장인의 손길


우리 조상들은 산이 있어도 바위가 없으면 명산이라 하지 않고 시냇물 골짜기에도 돌이 없으면 즐겨 찾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는 돌솥에 밥을 해먹고 돌판에 고기를 구워먹으며 평생 온돌 위에서 살다가 돌로 짠 묘곽 안에서 일생을 마친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석조문화다. 건물이며 관광지 안내표지판, 다리 난간 등을 보며 왜 이다지도 한국인들은 돌을 가지고 무얼 조형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불교문화의 꽃 석탑과 승탑, 최근 문화재로 지정된 돌담까지. 우리나라 환상의 석조미술은 영원함을 기약해주는 돌의 속성을 존엄하게 여기며 동고동락한 우리 민족에게 나타난 당연한 결과다.

  192346-2-153282.jpg  ▲ 남원 실상사 삼층 석탑.△ 불교문화의 꽃 석탑

석탑‘절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벌여있고 탑들은 기러기 날 듯 줄을 지었다.’

삼국유사에서 서라벌의 거리를 묘사한 것으로 삼국의 불교문화가 찬란했음을 칭송한 것이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목탑을 먼저 만들었으나 영원히 탑을 보전하기 위해 석탑을 염원한다. 백제 미륵사지석탑과 벽돌처럼 잘라 포개 맞춘 신라 분황사 모전석탑이 첫 석탑이다.

특히 통일왕조의 새 역사를 창조한 통일신라시대는 석조미술의 전성기였다. 불국사 다보탑과 더불어 정상의 기량으로서 꼽는 것이 구례 화엄사 4사자 삼층석탑이다. 사자, 악단, 사천왕상, 보살상이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어 화려함 속에 조화미가 엿보인다. 이에 석등과 조화를 이룬 ‘파격적인 미’까지 갖춰 석조미술 전성기에 만들어진 최고의 석탑으로 꼽힌다.

통일신라시대 다보탑 등 석조미술 전성기

통일신라말기 선종불교가 널리 보급되자 석탑 기술자들은 고승들의 업적을 기리는 승탑에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승탑 예술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반면 석탑은 화려한 미는 줄고 간결한 미만 남는다. 남원실상사 삼층석탑을 보면 유난히 머리장식이 화려한데 이는 갸름해진 석탑에 특별함을 주기 위한 보상심리가 담겨있다. 반면 승탑미술은 입체감이 더해져 화려해지는데 실상사 승탑을 보면 사자가 다리를 깨무는 형상을 하고 있고 화순 쌍봉사 승탑에는 아래를 받치고 있는 구름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탑 앞에는 석등이 놓여지곤 했는데 돌의 형태에 따라 팔각석등, 쌍사자석등, 사각성등으로 구분되는데 지리산 인근에는 신라시대 대표적인 형태인 팔각석등이 주를 이룬다.

  192346-2-153283.jpg  ▲ 고성 학동마을 돌담.△ 세월에 휩쓸린 석조미술

석조미술고려시대 석탑은 기단과 탑신이 신라석탑에 비해 폭이 좁아지고 탑신은 층수가 많아져 전체적으로 길쭉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라도 화순에는 우리 민중의 것이라 하기에는 납득하기 힘든 탑들도 있다. X자나 마름모 형을 그려놓은 비슷비슷한 석탑들로 다탑·다불의 성격이 짙다.

민중식이라는 의견이 제기됐긴 하지만 통일신라시대까지 하나를 만들더라도 완벽하게 만들고 남들과 다르게 만들었던 독창적이고 열정적인 성향의 우리민족과는 거리가 멀어 의문이다. 형태나 성향을 보면 몽골에서 온 기술자의 솜씨로 여겨진다.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실천이념으로 표방했기에 석조미술은 독창적인 양식을 창출하지 못하고 돌담과 같은 서민들과 함께하는 민예미술로 자리잡는다.

  192346-2-153284.jpg  ▲ 함안 고인돌 공원.조선시대 돌담 등 서민들 민예미술로 변화

또한 석조의 꽃을 피웠던 사찰에서는 연곡사 소요대사, 선암사 화상대사 등 주지스님도 탑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돌 하나만 얻는 고인돌식 승탑도 등장하면서 석조미술은 끝을 맺는다.

문명에 익숙해진 현대기술자들에게 다보탑을 보여주며 깎으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고 한다.

아마도 기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장인 손길’과 거칠고 우직하면서도 여유와 인정미 넘치는 돌바우를 닮은 우리 선조들의 땀을 흉내내지 못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도움말/소재구 국립고궁박물관장

[경남도민일보 박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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